나의 이야기

남편 장어중탕 먹이려다 열받은 사연

커피믹스 2010. 5. 6. 08:34
300x250


 살다보면 몸이 좀 아프기도 하고 골절같은 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골절로 깁스를 하면 최소 한달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가족중에 깁스를 한 사람이 있으면 본인이 불편한건 물론이고 가족들도 참 신경이 쓰입니다. 어서 뼈가 붙기를 바랄뿐이지요.

 남편이 운동 중에 발을 잘못 휘둘렀는지 새끼발가락근처에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그 부위가 아프고 약간 부었습니다.
물론 제대로 걸을수도 없고요. 하루정도 쉬면 나을거 같아서 하루를 지냈습니다. 하루가 지나도 통증은 쉴틈을 주지않고 계속적으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특히 밤에는 더 통증이 심해서 잠을 이룰수 없었습니다.  참다 못해 남편은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새끼발가락 쪽에 금이 갔다면서 3주 진단을 내리고 깁스를 해주었습니다. 
발바닥과 장딴지쪽에 석고를 대는 형식의 반 깁스를 했습니다.

" 뼈에 금간 게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깁스 풀지 마세요. 
 일주일 후에 엑스레이 찍으러 오세요"

멀쩡한 뼈가 금이 갔으니 그리 통증이 심했던 겁니다. 뼈가 붙을때까지 가만히 있어달라고 말입니다.

 깁스 풀지 말라는 의사의 말을 뒤로 한채 남편은 갑갑하다면서 깁스 4일째 깁스를 풀어버렸습니다.
저는 물론 말렸지만요. 고집불통 남편은 괜찮다면서 깁스를 시원하게 풀어버렸습니다.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행동이지만 애도 아니고 그냥 내버려둘수 밖에요. 

사위가 뼈에 금이 갔다는 소식을 듣고 친정엄마께서는 신경써라면서 장어 중탕 (장어 고은것)을 꼭 해 먹이라고 하십니다.
장어 중탕이 뼈가 붙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네요. 

 요즘엔 장어 중탕을 고아서 한번분량을 팩에 담아서 파는 곳이 있더군요. 그걸 급하게 주문했습니다.
깁스를 빨리 풀어버려서 장어라도 열심히 먹여 어서 뼈를 붙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어 중탕을 데워서 소금을 약간 치고 대접에 담아 남편에게 갖다 주었습니다.

 '이거 뭐야?'

 ' 장어 중탕이야. 뼈가 잘 붙게 한대. 따끈할때 쭉 드셔. '

남편은 별말없이 마누라가 주는 장어중탕을 얌전하게 받아마셨습니다.

나는 남편의 반응이 얌전해서 남편이 장어중탕을 받아들이는 줄 알았습니다.그런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남편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녁식사후 장어를 데워서 내 놓았습니다.
남편은 냄새가 비리다면서 한마디 합니다.
나는 따뜻할 때 먹으면 괜찮다면서 어서 먹기를 권유합니다.
남편은 마지못해 쭉 마시면서 한마디 합니다.

' 윽.... 냄새가 정말 이상하다. ''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이렇게 한마디 합니다.

' 뼈 붙게 하니까 코막고 쭉 드셔'

이말을 하고 나서도 왜 슬슬 불안감이 올라오는걸까요?

세번째 장어중탕을 내왔을때 남편은 기겁을 합니다.

' 아악!!!!! 장어 못먹겠다. 냄새도 이상하고 어제 하루종일 속이 이상해서 혼났네. '

장어중탕을 먹여야 하는 나 애들에게 말하듯이 이렇게 말합니다

' 맛으로 먹나? 뼈 붙을려면 먹어야지 . 어서 먹고 나아야지.'

남편은 몇 번 거부 해보더니 장어중탕을 억지로 먹습니다.

아니 남자들은 저럴때 애 같다니까? 장어를 맛으로 먹나? 약으로 먹지.
억지로 먹여야 하는 내가 웃깁니다. 슬슬 화가 나기도 합니다.

네번째 장어중탕을 내왔습니다.
남편은 이제 아주 거부를 합니다. 

' 아윽!!!! 냄새야. 못 먹겠다.  '

' 저거 먹고 속도 안 좋고 .. ' 

' 속 안 좋아도 먹어야지 '

' 속 안 좋은데 어떻게 먹어 '

젠장 , 남은 장어중탕 어떻게 하죠. 애들과 저나 실컷 먹어야겠군요.
기껏 생각해서 장어중탕 챙겨줬는데 남편은 왜 저렇게 애 같을까요?
그러고 보니 옛날에 어머님께서 몸보신으로 해주신 개소주를  하나도 안 먹고 어머니랑 말다툼한게 생각이 납니다.
그때 어머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섭섭하고 짜증나는 마음이었겠죠.

또 남편은 보약 말고도 먹기 싫어하는 어머님이 권해도 절대로 안먹는 고약한 습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남편에게 장어중탕먹이기는 조금 무리였을까요?

마누라들은 남편 걱정해서 챙겨주는데 남편은 왜 그걸 몰라주는걸까요?
먹는 시늉이라도 하면 안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