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여사! 운전해~~~

커피믹스 2010. 9. 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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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상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오늘은 운전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제가 운전면허를 딴 건 2007년 11월 입니다. 
남들은 20대에 면허 딴다고 난리부르스를 추는데 저는 결혼하고 애키워놓고 운전학원비가 만만찮게 올랐을때 면허 딴다고
난리부르스를 췄습니다. 지금은 면허 시험이 좀 간단해졌다는데 제가 면허시험 칠때만해도 주행시험까지 있어서 면허따기도
어려웠고 학원비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학원비가 80 몇 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어쨋든 실제 주행까지 시험에 넣어서인지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 실제 운전에는 빨리 적응했습니다.




제가 운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운전하는 여성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운전 못하는 사람이 보기에 운전하는 여자는
참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능력있게 보이고 뭔가 자신만만하게 보이고 그렇게 멋져보일수가 없었지요.
하긴 2000년대에 여성들도 운전 못한다면 ' 여태 그것도 안하고 뭐했어' 이런 눈빛을 안 받을수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운전을 못한다고 하니까 '엄마는 그것도 못해'라고 했습니다. 저 자신도 생활에 엄청난 불편함을 느꼈지요.
운전을 못하니까 마트를 갈때도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졸라야 했습니다. 남편의 일정에 맞춰서 시간을 좀 맞춰야 했지요.
남편은 쇼핑을 싫어하는데 억지로 데리고 가야 했습니다.내 몸이 아니니까 가자고 졸라야하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갑자기 애들이 아파 병원을 가야 할때도 남편이 출근하고 없으면 집에 놀고 있는 차를 놔두고 택시를 타야했습니다.

또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친정 식구들 언니네들과 외식을 하러갔습니다. 모임이 있으면 남자어른들은 술을 마시게 되는데요.
형부는 술을 편하게 마시는데 남편은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차를 운전해야 했기 때문이죠.

또 여름휴가를 갔는데 1박 2일 동안 남편 혼자서 운전을 계속했습니다. 남편은 수영도 하고 그 전날 알콜도 약간 섭취해서 피로에 
절었는지 자꾸 졸린다고 했습니다. 그런 남편을 보면서 불안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제가 운전면허를 땄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쨋든 이런 이유로 운전면허를 따려고 카드결재를 했습니다.지나온 나의 삶을 생각해 보니까 소극적으로 살았던것 같았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그 때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안 하면 평생 운전면허 따진 못할것 같았습니다.
어느정도 일은 저질러야 ,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전면허를 등록했다고 하자 남편의 표정이 그다지 좋아 보이질 않았습니다.남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인이 면허 따는건 좋지만 거금이 드니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닌거죠. 그래도 슬쩍 스쳐가는 표정에는 부인이 운전하면 좋을것 
같다는 표정이 엿보였습니다.

운전연습은 참 재밌었습니다. 커다란 차를 내가 손과 발 조작만으로 움직일수 있는게 신기했습니다.
운전을 시작하고 도로에 나가보니 참 피곤하고 보통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심장이 덜컹하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아찔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밤마다 운전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직 운전이 초보수준이라 남편은 온전히 나에게 운전을 맡기진 못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운전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었습니다.
내 마음대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유가 좋았습니다.
아이들도 다른 사람들도 나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귀찮은일도 있었습니다. 운전을 하니 남편이 출장갔다 오면 밤 늦게라도 마중을 가야했고 친정부모님,시부모님 심부름도
더 해야했습니다.
때론 쉬고 싶어도 운전을 해야하는 피곤함도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남편이 가족을 위해 운전해야했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올 해 제천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제천까지 세시간 거리였습니다.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었지요. 1박 2일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다 합하면 하루종일 운전하는것과 같았을겁니다.
남편이 운전하다가 피곤하면 내가 ,다시 남편과 교대를 하면서 번갈아 가며 운전을 했습니다.
남편은 혼자 운전해야 하는 압박감에서 심리적 육체적으로 해방된 듯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위에서도 남편은 조수석에서 편안하게 잠을 잤습니다. 
이제 남편은 마누라가 운전하니 편하다고 합니다.

남편이 제천여행을 끝낼즈음 이렇게 말합니다.

" 우리 전국일주 할까? "

저는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 좋아 , 전국일주 가는거야 !!!  어디든 가는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