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아이들 이야기

영화 아저씨보고 딸아이 휴대폰 사줬어요

커피믹스 2010. 9. 1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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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딸아이의 핸드폰을 사러 갔습니다. 아이가 얼마전부터 핸드폰을 사 달라고 매일 노래를 불렀지요.
주위의 친구들은 핸드폰 없는 애가 별로 없다. 한번씩 늦어지면 걱정되지 않느냐며 반문합니다.

 

올 해 들어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수가 더 는것 같습니다. 제 주위를 보아도 초등 3학년 입학때 사준
사람부터 2학기가 새로 시작되어 사 준 사람들까지 하나씩 하나씩 늘어갔습니다.

우리부부는 원래 중학교 1학년이 되면 핸드폰을 사 줄거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핸드폰이 전자파가 강한 물건이고 요금도 내야
하고 해서 아이들이 가지기엔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위킹맘은 예외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은 있었지요.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핸드폰을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갖고 싶은 마음이야 알지만 갖고 싶다고 덥석 사줄수는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핸드폰은 사치고 사 줘야 할 필요성을 못느꼈습니다.

초등 3학년이 되니까 아이들이 키도 더 크고 성숙해졌습니다. 심심찮게 뉴스에서는 아동 성에 관한 사건이 일어나서 부모들 모두
불안에 떨었습니다. 완전히 커 버리기 전까지는 놀이터에 나가 노는 것도 마음이 편칠않고 하교길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아이가 크는만큼 행동반경도 더 커져버렸습니다. 한번씩 청소하고 정리정돈 하느라, 친구집에서 논다고 귀가시간보다 늦어질때도
있었습니다. 어떤아이는 성숙한 외모라 중,고등학생 남학생이 학원까지 따라온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을 졸였겠습니까?

그렇다고 엄마가 아이를 하루종일 따라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이런이유로 주위 사람들은 하나 둘씩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주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아이가 핸드폰을 사달라면 강력하게 ' 중 1에 사주마' 하던 남편이 저보고 딸아이 핸드폰을 사주라는 겁니다.
궁금한 생각이 들어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아이가 커가는 걸 보면서 걱정이 되더랍니다.
그런 찰나에 남편의 후배를 만났는데 후배가 요즘 같은 세상에 핸드폰은 필수라면서 딸아이 핸드폰도 안 사준다고 난리를 치더랍니다.

남편은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겠지요. 아마 자식의 귀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나 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를 그냥 방치하면 안되겠구나 . 이런 생각이었을거에요. 

결국 핸드폰은 아이에게 사치가 아니라 아이와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고리라는 걸 깨달았나 봅니다.

남편의 결심에 제 뇌리를 스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건 영화 '아저씨'에서 여자아이가 납치되어 나쁜집단에 팔려가는 장면입니다.
영화에서 아이들은 장기매매자에게 팔리고 마약을 제조하면서 시름시름 아파갑니다. 결국 장기를 팔아야 할 운명입니다.

아이가 있는 부모로서 극의 설정은 너무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아이 우리 부모가 우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중 1 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딸아이 핸드폰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생각보다 요금은 청소년 요금제가 잘 되어 있어서 그 한도 까지만 전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무료폰을 골랐습니다.

우리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요즘 아이들 참 불쌍합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