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광고? 사람 입이 찌라시야!

커피믹스 2010. 10.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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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언니가 목욕을 제의해왔다. 해수탕이라고 부산 강서구 강동동에 유명한 목욕탕이 있다는 것이다.
목욕탕은 걸어서 동네 목욕탕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 제의에 선뜻 수락하기 싫었다. 결국 언니가 나를 모시러
온다는 말에 목욕 원정을 나섰다. 삶에 있어서 때론 징징거림이 필요한 가 보다. 

 그 유명하다는 해수탕은 유명세 답게 너른 공간에 차가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목욕탕은 2층은 찜질방이고 아래층은 
여탕과 남탕으로 나뉘어 있었다. 목욕탕 내부는 그리 크진 않았는데 색다른 탕이 여러개 있었다.

 해수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해수온탕과 해수냉탕이 대표적이었다. 또한 물리치료가 되는 전기가 흐르는 탕이 
있었고 몸에 벌레를 잡아준다는 금, 은이 들어있는 탕도 있었다. 일반탕도 있었다.

 해수탕은 바닷물 답게 짠 느낌과 미끌거리는 느낌이 나는 탕이었다. 특히 해수온탕에 들어갔더니 물의 짠 느낌이 더
확실하게 났다.이탕 저 탕 체험을 끝내고 몸을 헹구고 나오니 참 개운했다.

일반 수도물과 달리 피부의 건조함이 덜 했다. 어쨋든 해수탕은 좋은 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애매해서 점심을 못 먹고 목욕탕에 가서 집으로 가는 길에 그 근처 추어탕집에 들어갔다.

겉모양도 수수한게 시골 식당 분위기다. 예상처럼 식당안도 수수했다. 원통 나무 탁자가 눈에 띄었다.
그냥 마음에 든다.  요즘은 나무 탁자가 너무 좋아보인다.

눈에 들어오는 메뉴는 원메뉴다. 오로지 추어탕 뿐이다.  뭔가 음식에 충실할 것 같은 음식점이다.

주 메뉴인 추어탕을 시켰다. 추어탕 가격은 6000원,추어탕과 함께 나온 반찬도 아주 소박하고 정감있다.
소복이 담긴 비름나물, 열무 물김치, 밭에서 갓 따온 고추,집에서 담근 노란 된장, 부추 김치, 맛이 아주 정직하고
깔끔한 엄마가 만든 시골밥상같다.

그 중 풋고추는 너무 아삭하고 연했다. 한 대접을 주셨는데 우리 일행은 다 먹어치웠다. 풋고추에 비타민이
많다면서 마구마구 먹어댔다.

추어탕은 맑은 국물에 배추 시래기가 많이 들어있는 경상도식  추어탕이다. 거기에 산초를 약간 넣어야 제맛이다.

뚝배기에 담겨져 뜨끈뜨끈한 추어탕을 맛있게 한 그릇 다 비우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셨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 밖에 없어서 여유롭게 쉴 수 있었다.

같이 온 일행이 풋고추가 너무 맛있다면서 주인 아주머니께 풋고추를 사 갈 수 없냐고 물어본다.

" 밭에서 따 온 풋고춘데 그게 마지막이야. " 

" 우리집에 오신 손님들은 집에 갈때 풋고추 팔라고 난리야 ."

그렇게 아주머니의 식당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일행 중 한명이 추어탕이 아주 맛있다면서 칭찬을 하자 아주머니는 신이 나서 그 식당의 역사를 이야기 하신다.

" 우리집 반찬은 모두 다 근처 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써. 풋고추도 바로 그거야. 그래서 더 아삭하고 연하고
부드러운 거야. "

" 된장도 젓갈도 모두 집에서 만든 거야."

" 여기가 시골이라 된장 맛있다고 이웃들이 달라고 하면 막 나누어 주었지."

" 이웃들이 미안한지 어느 순간부터 사 먹기 시작했어. 된장도 팔기도 해 "

된장도 부추김치도 참 맛있었는데 집에서 만든 젓갈로 담근거였기 때문이었다.

" 우리 형제들 모두 다 장사를 하는데 시내에서 크게 고깃집을 하는 동생은 인권비도 관리비도 많이 나가서
고민이 많다고 해."

" 나는 여기 자라서 어릴때 미꾸라지 잡아 잘 하는 요리라고는 추어탕 밖에 없었어. "

" 그래서 추어탕 식당을 열었는데 찌라시(전단지) 하나 안돌렸어. "

" 손님이 2명와서 우리집 추어탕을 먹고 가면 그 다음에 그 사람이 4명을 또 그 4명이 8명을 데리고 오는거야."

"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막 찾아오더라고."

" 집들이 한다고 우리집 추어탕 사러 오는 단골들도 많아."

"  전단지 홍보 필요없어. 결국 사람입이 찌라시야 "

추어탕집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저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결국 맛집은 진정어린 맛으로 승부를 걸어야지 일시적인 홍보 가지고는 오래 못간다는 것이다.
홍보 보고 갔다가 맛이 없어서 실망하고 오는 경우도 참 많다. 그런 집은 두번 가기는 싫은 집이다.
요즘 홍보에 열을 올리는 가게들이 많은데 여기는 잔재주를 부리기 보다는 그 맛에 정성을 다하는 맛집이었다.


추어탕집 아주머니의 음식 철학은 명언이었다.

" 사람입이 찌라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