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방블로거는 인터뷰가 불가능 할까요?

커피믹스 2011. 1. 1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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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새해가 시작된지 오늘이 11일째군요. 아이들 방학에다 연말이다 해서 나름 바쁜 하루들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방학이 끝난건 아니지만 새로운 방학이라는 시간에 적응을 어느 정도 한 상태라 오늘은 블로그에 글을
좀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폰 스피커에 아이폰을 연결하여 최근에 다운 받은 레이디 가가의 just dance를 들으며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죠. " 띠딕 " 메시지를 알리는 불협화음에 노래는 잠시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습니다.

불협화음이 신경에 거슬렸지만 바로 아이폰을 보지는 않았습니다.
몇개의 사진을 더 정리하고 그제서야 아까의 불협화음이 생각났습니다.

아이폰에 장문의 메시지가 떠 있었습니다. 

' 뭔데 메시지 내용이 이렇게 길지? '

장문의 메시지를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남양유업 신제품 커피믹스와 관련하여 저를 인터뷰하겠다는 메시지였습니다.

2011년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안 된 1월, 인터뷰라니요?
기뻐서 살짝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기쁜마음으로 담당자가 남긴 연락처로 전화연결을 하였습니다.

" 안녕하세요. 블로거 커피믹스입니다. 인터뷰 요청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

" 네~~~ 안녕하세요 . 카페믹스 콘텐츠 담당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커피믹스님의 글과 사진을 너무 재밌게 보았습니다. 우선 인터뷰가 가능한 지 여쭤볼께요 " 

" 네, 인터뷰 가능해요. "

" 인터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하네요." 

" 네~~~ 메시지에 남겼듯이 커피시음하시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진행될 예정이에요 "

 제가 되풀이 했습니다. 인터뷰에 이메일 인터뷰라는 것도 있기 때문에 재차 물었습니다.

" 그러니까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는다는 건가요?"

" 네. 그렇습니다. "

" 제가 부산에 거주하는데요 ....  어떻게 해야 할지 ?"

사는 곳이 부산이라고 하자 당장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 아???? 그러세요? ... 그럼 서면으로 인터뷰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해가 안됩니다. 좀전까지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는데 갑자기 말이 바뀌었습니다.
서면으로 커피에 관한 인터뷰가 어떻게 가능할지 이해가 안됩니다. 
갑자기 머릿속으로 이건 인터뷰가 아니라 체험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커피시음과 대화를 해야하는데 어떻게 하는거죠?"

"... 그럼 예산 문제도 있고 시음할 커피도 알아보고 해야하니 다른분들과 의논해서 인터뷰 일정을
내일이나 모레까지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담당자는 제가 부산에 사는 줄 몰랐던 모양입니다.
아마 알았다면 연락하지 않았겠죠? 예산 문제가 있으니 말입니다.

전화를 끊고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부산이라고 말하기 전에는 만나서 커피시음하면서 사진도 찍는다고 이야기하더니
부산이라는 말과 동시에 말을 바꾸어 버립니다. 

일단 내일 연락을 준다고 하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 15분 있었을까요 ? 내일 연락 준다는 담당자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 커피믹스님~ 카페믹스 보내 드릴테니 주소 보내주세요."




' 응??? 뭐지 ??? 내일 연락 드린다더니 커피믹스를 보낸다고? '

나도 모르게 주소를 적어 문자를 보내버렸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기분이 묘합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커피믹스를 시음해 달라고 합니다.

전화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데, 커피믹스 샘플을 집으로 보내면 
서면으로 인터뷰를 할 것이고 어떻게 진행될거라는 말도 없이 일을 진행하다니 너무 일방적이고 황당했습니다.

다시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담당자님 커피믹스 안받겠습니다. 이건 인터뷰가 아니라 체험단이군요. 다른 분을 알아보시는게 좋을듯합니다.>

커피믹스를 집으로 받고 시음해서 글을 적어 보낸다는 건 인터뷰를 가장한 체험단이었습니다.
체험단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체험단은 본인의 신청으로 가능하며 새로운 상품을 접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필자도 몇 번의 리뷰로 그런 기쁨을 누려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기업에서 먼저 인터뷰 하자고 연락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뷰도 아닌
체험단 비스무리한 애매모호한 형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솔직히 인터뷰 요청받았다 짤렸다 생각하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담당자가 다시 전화왔습니다. 이번엔 이렇게 해명합니다.

커피믹스를 빨리 보내드리려고 그랬다. 체험단과는 별도다. 블로그에 별도의 카테고리에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거들의 커피시음기가 계속 게재될 예정이다. 부산이라시니 괜히 힘들게 올라오는 수고를
하시지 않게 하기위함이다.

그 때까지도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설명이 없었습니다.
인터뷰의 대략적인 설명을 요청하자 그제서야 서면으로 인터뷰 질문지를 던지고 첨부 될 사진은 커피시음을 하고
관련된 사진, 커피사진이나 시음하는 사진을 첨가 해주시면 된다고 합니다.

초등학생에게나 통할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2시간 20분이면 가는데 힘들게 오시지
마시라는 배려라니요. 결국 신제품 커피믹스를 홍보하기 위해 기업은 최소한의 샘플 비용만 들이고 
홍보하겠다는 거였습니다. 기업의 이윤창출노력이 정말로 돋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럴거면  체험단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결국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다음에 인터뷰 제의가 들어오면 어떤 내용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방사람이라도 가능한지
확실히 알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방블로거는 인터뷰도 불가능 한 걸까요? 시민단체라면 모르지만 기업이라면 지방에 대한 고려나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지방블로거는 본사가 지방인 기업과만 소통해야겠군요. 그런데 한국에서 그런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