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아이들 이야기

산타는 정말 있을까?조카때문에 들킬 뻔한 크리스마스 이벤트

커피믹스 2009. 12. 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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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아이가 둘 있습니다. 첫째는 초등2학년 딸이고요,둘째는 초등1학년 아들이지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아들이 자꾸 크리스마스 양말을 사달라고 졸라댔습니다.

" 어머니,크리스마스 양말 사주세요? 네?"

" 크리스마스 양말 뭐하려고?"

"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양말에 넣어주시잖아요."

" 양말 없어도 산타할아버지는 오신단다."

" 네가 자고 있을때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 주신단다."

" 그래도 안되요."

" 양말이 없으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던질수도 있잖아요."

선물을 던진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아들은 양말에 선물을 넣어준다는 얘기를 들은 모양이다. 크리스마스 양말을 왠지 사야할것 같았다.
며칠 후 마트에서 저렴한 양말을 두개 샀다. 아들은 양말을 방문앞에 걸어놓고 뿌듯한 표정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

" 어머니, 산타할아버지가 무슨 선물을 주실까요?"

" 글쎄, 네가 필요한것 갖고 싶은것을 주시겠지?"

" 어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좋겠어요." 

" 아... 산타가 정말 올까요???"

유치원까지는 선물을 유치원에 보내면 크리스마스 전날 산타가 집을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그런 행사가 없기 때문에 산타는 엄마의 몫입니다. 

 사실 작년에는 산타양말 준비도 안하고 그냥 엄마,아빠가 선물을 줬답니다. 아이들도 산타가 온다 안온다 보다 선물을
받고 안받고에 관심을 가지더군요. 그래서 별 감흥은 없었지요. 올해는 저렇게 이야기를 하는거 보니까 산타의 존재를
아직 믿고 있나봅니다. 내년쯤에는 산타존재를 알아 버릴텐데 마지막으로 기쁨을 선물하고 싶어졌습니다.좀 늦은감이 없진 않지만요

크리스마스가 되기 며칠전 마트에 가서 뭘살까 고민하다가 작은 보온병 두개를 샀습니다. 물통이 낡고 플라스틱 냄새가 나서
교체할 때가 되었습니다. 또 아이들이 학교에서 여름엔 시원한물, 겨울엔 따뜻한 물을 먹을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이 선물을 받고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흐뭇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는 건 이런 기분이겠지요?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아이들이 학원에서 받은 산타 모자를 쓰고 잠을 잡니다.
평소에는 엄마,아빠랑 같이 자려고 안 자는데 그날은 일찍 자야 산타가 온다니까 얼른 이불속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잠이 들었는지 확인하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ㅋㅋ.

드디어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들이 제일 먼저 일어나 창문을 열어 아침인지 확인을 해봅니다. 그리고는 곧장 자기방으로 통통거리며
뛰어가더니 양말을 확인해 봅니다. 다시 재빠른 걸음으로 누나방 양말을 확인한 아들은 다들 잠들어 있는 안방문을 확 열며 누나를 부릅니다.

" 누나야, 산타가 선물 놓고 갔어"

" 어서 일어나라."

누나는 잠이 좀 많아서 잘 못 일어납니다. 아들의 소리를 잘 못들은거지요.
다시 동생이 누나를 흔들어 깨웁니다.

잠이깬 누나는 동생을 따라 자기방으로 가봅니다.

"누나야,산타가 보온병 선물 놓고 갔다."

"누나거도 보온병이네."

" 진짜, 와,이쁘다~~~"

잠결에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를 깨우며 자랑합니다.

" 어머니, 산타가 양말속에 보온병을 넣어 놨어요"

" 그래, 산타가 너희들 따뜻한 물 먹으라고 그랬구나. 축하해~~"

아이들은 아침부터 신이나서 싱글벙글거립니다. 아빠에게도 자랑이고 난리가 아닙니다.
그러더니 초등3학년짜리 조카에게 전화를 합니다.
조카는 나이에 비해서 눈치도 빠르고 아주 어른스러운 아이입니다.

" 언니야 , 어제 산타가 보온병 선물줬다."

"언니는 무슨 선물 받았어?"

" 이불? 근데 보온병 엄마가 산 거라고???"

" 마트에 같이 갔다고???"

허걱!!!

앗차, 내가 그걸 깜빡했구나. 미리 조율을 했어야 했는데. 어쩌지?

아이들이 나에게 확인을 합니다.

" 엄마, 언니랑 같이 마트가서 보온병 샀어?"

이렇게 된것 오리발작전을 쓸수 밖에요.

" 응, 근데 보온병은 할머니가 부탁해서 사준거야." 

" 그래, 진짜지 ? 진짜?"

" 엄마, 진짜맞나???"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시작한 이벤트가 들통이 나려합니다. 그냥 들킬 수 없지요. 급하게 언니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애들이 보온병 산타가 준걸로 알고 있으니까 조카에게 다시 말해달라고 해줄래'

잠시 후 언니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딸아이가 받더니 통화를 하네요. 조카하고도 통화를 하네요.
뭐 산타로부터 선물 받아서 좋고 축하한다 메리크리스마스 이런 이야기겠지요.

휴우. 다행이다. 마무리가 잘 되어서.

잘 하려고 선의의 거짓말을 했는데 실망을 안겨줄 뻔 했다.

아이들이 커서 오늘의 일을 기억하면서 한가닥 희망을 안고 살겠지.
엄마는 너희들 희망을 안고 사는  아이이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