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싼옷 사지마라는 남편의 심리는?

커피믹스 2010. 1. 2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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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이었던가 봅니다. 아침에 남편이 갑자기 이렇게 얘기 합니다

" 오늘 야유회로 등산 가는데 옷 좀 챙겨줘 "

" 응. "

저는 잘 입고 다니는 청바지와 면으로 된 라운드 티셔츠 그리고 운동복 상의(지퍼달린것)를 주었습니다. 

남편이 한마디 하는군요

" 운동복 잠바는 좀 그렇네 "

" 다른건 없어?"

" 응. 괜찮은데 입고 가지?"

"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냥 다른 잠바 입고 가야겠다."

그러면서 몇 년 된 잠바 운동복 잠바는 아니고 캐주얼한 노란색 잠바를 입고 갔습니다. 늦가을이라 제법 쌀쌀할텐데 굳이 앏은 노란색 잠바를 입고 갔습니다.
.

남편을 그리 보내고 나니 마음속에 살짝 걱정이 생기더군요. 산에 가면 여기보다 더 추울텐데 추워서 덜덜 떨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괜히 마누라가 못 챙겨 주는것 같아서 마음이 찝찝했습니다. 그러면 왜 이때까지 잠바하나 안 사줬냐고요?  남편은 조금 특이하게도 옷에 투자를 안합니다. 옷에 돈 쓰는것을 아까워 하더군요. 그냥 회사갈때 입는 잠바 한두개만 있으면 되고 바지도 청바지 하나 정장바지 몇개만 있으면 된다는 주의였지요. 그래서 제가 남편 옷 좀 살라고 하면 아주 난리를 쳐서 남편옷은 거의 안사게 되더군요. 그런데 우리가 회사만 갑니까? 회사 말고도 야유회를 가기도 하고 나들이 가기도 하고 등산도 가기도 하지요. 그나마 그 노란색 잠바도 마트에서 아주 싸게 팔길래 두 말 않고 산 겁니다 .

나들이나 야유회 가는데 회사에 출근할 때 입는 잠바입고 가긴 좀 그렇지요. 또 계절에 따라 적당한 두께의 옷을 입어야 하고요.
그리고 남자들은 옷을 유행에 따라 입진 않기 때문에 기본 몇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그것마저 남편이 막으니까 기본적인 옷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의 옷은 단가가 좀 세더군요. 그래서 세일을 해도 가격이 만만찮지요. 한번 사놓으면 오래 입는데 남편은 당장 큰 돈이 들어가니까 자꾸 사지말라는 겁니다. 등산복도 마찬가지죠. 세일해도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유행 타는 게 아니라 한번 사놓으면 싫증내지 않는한 오래 입죠.

여러가지 생각 끝에 남편에게 반항하기로 했습니다. 등산복 매장에 갔습니다. 다행히 겨울 상품이 나와서 가을 제품은 50% 까지 세일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화 낼걸 예상하면서도 적당한 등산복을 사버렸습니다. 왠지 마음이 뿌듯한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날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등산복을 주었습니다.

" 이거 입어봐봐. 당신 등산복이야"

남편은 " 사지마라니까 왜 샀어? " 라며 살짝 화를 냅니다.

근데 제가 입어보라고 재촉하니까 마지못해 입는데  푸하핫 . 입가에 엷은 미소가 지어지는 겁니다.

뭐야 ? 그렇게 옷 사겠다고 하면 난리를 치더니. 은근 좋아하잖아?

남자의 심리를 내가 잘 몰랐나? 왜 남자는 솔직하지 못하지? 정말 이상해.

곰곰히 남편의 심리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자들은 옷에 가치를 두지 않는 것도 같습니다. 그냥 몸 가릴 것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인것 같습니다.  또 남편은 가족을 위해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책임집니다. 열심히 돈을 벌어오지요.
그런 돈을 마누라가 알뜰살뜰 저축 많이 하고 모아주기를 바랍니다. 월급을 펑펑 쓰기를 바라는 남편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집도 사고 아이도 키우고 부모님께도 잘하고 노후까지 준비하기를 바라는 것이죠.
그런 표현으로 남편 옷을 산다고 하면 사지말라고 난리를 치는 겁니다. 저희 남편 경우 조금 더 강하게 표현한 점도 있지요.

하지만 아내의 입장에서는 내 남편 잘 챙기고 싶고 직장이나 사회에 나갔을때 말끔하게 보이기를 원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과소비를 하는게 아닌데 남편은 당장 큰 돈이 들어간다 싶으면 지레 겁을 내는 겁니다. 
가정주부들은  아이와 남편 챙기는게 최고의 낙이기도 합니다. 저희 남편이 사회에서 없어 보이는건 정말 싫거든요.
남편과 아이의 옷을 사고 챙겨주고 나면 참 흐뭇합니다. 그런 마음들이라 아내들은 자기 옷보다는 남편과 아이들 옷을 먼저
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님 저의 마음을 아시겠죠 ? 그러니 저의 챙김을 받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