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리뷰

그의 셔츠가 아쉬웠던 조용한 남자

커피믹스 2011. 3. 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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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 닷컴에서 독립영화 시사회가 열린다는 연락이 왔다. 경남에서 경남사람이 만든 경남의 독립영화라고 했다.
제목은 '조용한 남자' 이다. 제목만으로 추리해 보길 실업자의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런 추리는 영화관에서 확인하기로 하고 경남의 독립영화 조용한 남자가 상영된다는 창원의 나비소극장을
찾아갔다. 네비게이션에 나오지 않아 한서병원  근처라길래 한서병원에 주차를 하고 길을 물어물어 나비소극장을
찾았다.

나비소극장은 지하에 있었다. 검정과 흰색 페인트로 입구 바닥과 벽이 구분이 잘 안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계단을 지나자 왼쪽편에 작은 상영관이 있었다.

의자와 극장 바닥은 낡아서 삐걱거렸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힘듬을 미리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일찍 도착해 주최측에서 마련한 보이차와 귤, 그리고 건포도와 밤이 박혀 있는 떡을 맛있게 먹었다.
영화가 꽤 기니까 미리 드셔 두라고 했다. 영화 시간은 104분이었다. 1시간 44분 , 만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혹시 졸지도 모를 걸 대비해서 커피를 마셔두었다. 독립영화는 자극적이지 않고 흥미위주가 아니라 지겨울수도 있으니까.

경남영화협회와 김재한 감독은 영화가 자극적이지 않고 무미건조하지만 사람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지루하고 재미없어도 감독이 관객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찍은 영화라고 덧붙였다.

아무런 정보 없이 독립영화를 접해서 편파적인 논평을 할 수도 있는 우려 때문인 듯 했다.

독립영화라고는 '워낭소리' 밖에 없는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화에 집중했다. 첫 독립영화인 워낭소리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늙은 할아버지와 늙은 소의 이야기인 워낭소리는 조용한 영화이지만 관객들의 눈물을 뺄 만큼 감동적인 영상이었다.
워낭소리를 본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소의 눈물 흘리는 장면이라든가 소가 죽을때 쯤 되어 워낭을 떼는 할아버지 모습등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워낭소리는 나에게는 독립영화의 편견을 깰 수 있는 첫 작품이었다. 아마 보통의 일반인들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영화의 첫 10여분은 다소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1980-90 년대를 연상하게 하는 주인공의 옷과 머리모양이 특히 그러했다.
주인공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고집 센 열정만 있는 연극연출가라는 걸 알리기 위한 장치라 해도 과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좀 거부감이 일었다. 그의 행동과 일상을 좇다보면 그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남에서 만들어진 영화라서 그런지  배우들은 거의 다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었다. 일부 몇몇은 표준어를 쓰기도 했다. 
주인공이 연극 연출가인데 우리가 영화를 보고 있는 낡은 나비 소극장이 바로 주인공의 주 무대였다.
아까 나비 소극장 입구도 영화에 생생하게 등장했다. 이 부분은 정감이 가고 좋았다.
tv나 영화에 알던 곳이 나오면 눈이 번쩍 띄이듯이 정감이 갔다. 여자 배우들도 아주 평범한 그 모습 그대로를 전혀 포장하지
않은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영화의 사투리와 평범한 배우들의 모습 때문에 재연프로그램 같았다.
우리의 일상을 누군가가 비디오 카메라로 담아 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좀 불편했다.
 
적어도 내가 기대한 것은 스토리보다 영상이었는데 감독은 영상 보다는 사람을 너무 리얼하게 거칠게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조용한 남자를 표현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겠지만 그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의 그림을 보고 싶었다. 
독립영화라 해도 영상이 아름답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영화도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글도 그림이고 모든게 그림이다.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인공인 남자는 아주 호남형이었는데 영화속의 연출가를 표현하려고 그의 모습을 너무 깍아먹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깍인 그의 모습 속에서도 주인공의 연기는 빛을 발하긴 했다. 또 그의 동거녀 여주인공의 역할도 중요한데
그녀의 느낌이 다른 배우들이랑 차이가 별로 안나서 아쉬웠다.

이런 모든 이유가 예산 문제 때문이라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관객들은 어느정도 아름다운 영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의 셔츠 하나만 바꿨어도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행인 것은 60분 이후 부터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가난한 연출가의 행동을 좇아가다 보니 그의 고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열정만 가득한 예술가라는 게  정말 저렇게 힘들구나.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게 저예산 연극연출이라는 게  예술가들은 얼마나 힘들다는걸 확실히 보여줬다.


어쨋든 김재한 감독의 '조용한 남자'는 반은 성공한것 같다.


앞으로 여러편 찍다보면 더 아름다운 영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가 나오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힘들게 나온 만큼 경남 독립영화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 3월 3일 : 창원 메가박스에서 시사회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