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독감걸린 엄마 몰래 설겆이 해놓은 9살짜리 딸

커피믹스 2009. 11. 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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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부터 몸이 으슬으슬 춥고 피로감이 몰려왔다. 요즘 블로그 좀 한다고 컴퓨터 많이 하지요 , 요가도 새로 시작했지요 ,
그게 조금씩 힘들었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 가족들과 외출하고 돌아온 후 엄청난 피로감과 짜증이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이틀 뒤 쌀쌀하던 날에 모임에 갔다 온 나는 도저히 추위와 피로를 견딜수 없어 병원엘 찾았다. 혹시 신종플루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열은 나지 않았지만 걱정이 들어서 동네병원엘 방문했다.

 " 으슬으슬 춥고요. 몸이 약간 쑤시구요 두통이 심하고 목이 칼칼하고 .... "
 " 열은 없군요 " 
 " 네..."
 " 네, 그럼 주사 맞으시고 약 잘드시고 물 많이 드세요 "
 " 저 근데 ,열없는 신종플루도 있다던데요 ......  어떤지.... "

의사선생님은 별걸 다 걱정한다는 듯이 웃으며
 " 열없는 신종플루는 걱정안해도 됩니다. " 고 했다.

의사선생님 말에 어느정도 마음을 안정하고 주사두대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서 집엘 돌아왔다.집에 돌아온 나는 약을 먹고 낮잠을 취했다. 머리는 약간 열감이 있고 띵했지만 잠이 깊이 들지를 않았다. 땀도 한방울 나지 않았다. 제작년 쯤 몸살감기에 걸렸을때는 감기약 먹고 잠도 잘 들었고 식은땀이 나서 하루 정도 지나니 슬슬 낫기 시작했는데 .... 이번엔 왠지 느낌이 다르다. 극심한 두통. 몽롱한 정신상태 . 열은 안나지만 몸은 기운을 차리지않고 입맛도 하나도 없고.... 어쩌지? 이거 혹시??? 그 다음날도 병원약을 열심히 먹고 하루종일 잠을 청했지만 어제와 별다를바 없었다. 어쩐다??? 거점병원엘 가야하나???
 마침 언니로부터 괜찮은지 전화가 왔다.

 " 안 괜찮다 . 언니야 . 어떡하지 ?? "
언니가 조금 급박한 목소리로
 " 너 좀 이상하다 . 어서 병원에 가서 타미플루 처방 받아야겠어 . "
 " 그래야겠지? " 
 " 거점병원엘 가야하나?"
 " 가까운 병원에도 타미플루 처방해주니까 어서 가봐."

언니와 통화를  끝내고  타미플루를 받을 생각으로 동네병원에 뛰어갔다.
동네병원에서도 체온을 재고 목을 보고 증상들을 듣더니 타미플루는 주지 않고 주사와 약을 처방했다.

 " 타미플루를 처방해야하지 않나요"
 " 지금 상태로선 열이 나질 않으니 타미플루를 줄 수 없어요."
 " 약 잘먹고 물 많이 드시고 푹 쉬세요 "

병원에서 타미플루를 주질 않으니 하루 더 버틸수 밖에 없었다. 주사 맞았으니 괜찮을거야. 나를 위로하며 집엘 돌아와 계속 열을 재었다. 열은 없었다. 근데 머리는 왜이리 아픈거야 . 답답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저녁을 겨우 먹고 설겆이는 잔뜩 쌓여있지 어찌할바를 모르고 이불속에만 들어가 있었다.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설겆이는 한숨 자고나서 하기로 했다. 잠을 자는데 뭔가 토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소리도 났다가 안났다가 했다. 한잠 자고나서 설겆이를 할 요량으로 싱크대에 다가섰는데 설겆이가 깨끗하게 마무리 되어있었다. 9살짜리 큰 딸이 설겆이를 해놓은 것이었다. 평소에 내가 설겆이를 했을때랑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순간 마음 속으로 진한 감동의 물결이 한차례 싸악 지나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마음을 추스리고 딸에게 물어보았다. 



" 왜 설겆이를 할 생각을 했지?"
" 엄마 아프니까 엄마 더 힘들까봐 "

이게 딸 키우는 재미구나.... 자식 키우는 재미구나... 
정말 대견한 내 딸 . 엄마는 어릴때 9살때 아무생각없이 마냥 어린애였는데.... 엄마가 아프다니까 엄마 걱정되서 설겆이를 해놓다니...  난 참 복이 많은가봐. 기특한 내 딸. 생각해보면 연년생이라 힘든 엄마라, 성격이 많이 느긋해서 급한 성격의 나는 참 야단을 많이 치고 많이 칭찬도 못해주었는데...  정말 고마워서 미안해서 눈물이 나버렸다. 사랑하는 내 딸아 , 엄마보다 너가 더 큰 아이구나. 엄마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랑과 칭찬으로 보답하마.... 

이제 유사 신종플루는 내 몸에서 떠나갔다. 이번 유사 신종플루로 나는 딸과의 진한 공감을 경험했고 몸은 힘들었지만 참으로 고마운 시간들이었다. 앞으로는 사랑과 칭찬과 격려를 주는 엄마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