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아이들 이야기

신종플루염려로 불안에 떨던 2일을 보내며

커피믹스 2009. 12. 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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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기다리는 아들

 아들이 아침부터 열이 났다. 어제 가래가 끓고 기침을 해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 받았다. 어제는 열이 안 났는데 오늘
열이나는걸 보니 혹시 신종플루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24일에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그래도 잠복기가 있어 걸릴수 
있다는 뉴스보도도 있었다. 열은 그렇게 고열이 아니지만 불안한 마음에 거점병원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거점병원에
가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마스크 쓴 사람도 별로 없었다. 마스크 쓰고 있는 내가 조금 이상할 정도로
원무과도 간호사도 의사도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아마 예방접종을 한 탓일거다. 환자들 중엔 간혹 마스크 착용자가
보였다.  

 종합병원의 특성상 여러번의 이동과 기다림을 행해야 했다. 우선 접수를 하려고 표를 빼서 기다렸다. 순서가 되서 접수대로
이동하여 접수한다. 다시 2층소아과로 이동하여 기다린다. 간호사의 호출에 열을 재고 증상을 얘기한다. 다시 진료실에서
부를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검진을 받는다. 종합병원 검진한 사람은 이런 기다림이 얼마나 지루하고 피곤한지 알 것이다.
아들도 지루한지 계속 하품을 한다. 드디어 아들이름을 호명하여 의사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다.

 " @@는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 ?"

" 열나고 목아프고 기침해서 왔어요."

"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24일에 했는데요."

 의사선생님께서 코와 입안을 보시고 청진기로 검사를 해보시더니

" 그래도 항체가 아직 완전히 안생길수 있습니다."

" 신종플루 간이검사와 엑스레이를 해봅시다." 하신다.

나는 워낙 신종플루에 대해 들은게 많아 대뜸

" 아예 확진검사 하는게 안 낫겠어요?"  했다.

의사선생님께서 약간 화를 내면서

" 뭐가 그렇게 급해요? 확진검사 하면 타미플루를 처방해야 하는데"

" 간이검사 해보고 얘기합시다."

나는 간이검사 해가지고 음성으로 나왔다가 다시 며칠뒤에 확진검사한 사람얘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간이검사는 못 믿는다는 말도 생각나서 아예 확진을 하리라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아닐수도 있는데
확진검사하고 미리 타미플루를 먹일 걸 생각하니 의사선생님의 말대로 간이검사를 하기로 했다.

다시 1층 방사선실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간이검사를 했다.
간이검사는 면봉같은것에 콧물을 묻혀 약품에 담가 그 변화를 측정하는 거였다.
검사를 마치고 2층소아과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이번엔 지루함이 극에 달해서 아들이 몇번이나 "엄마 언제 끝나요"한다.
" 조금만 기다리면 돼" 하며 아들을 달래지만 나 역시 미칠지경이다.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 아들이름이 호명됐다.
 
" 폐도 깨끗하고 간이검사 결과도 음성입니다."

" 하지만 간이검사 결과가 10%는 틀릴 수 있으니 ... "

" 어머니께서 확진검사하고 타미플루를 받으시던지, 아니면 일단 감기약으로 감기치료를 해보시고 경과를 보시던지 하세요."

나는 의사선생님말씀이 의아했다. 아니 아까 확진검사하려고 하니 화를 내시더니 다시 확진검사를 하고 싶으면 해라니.
뭐야 이건 , 자꾸 검사를 권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 아까 확진검사를 하라 하시든가. 

 조금 생각해보니 고열도 아니고 간이검사 결과 음성이라서 하루정도는 감기약으로 치료해보는게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미플루가 내성도 생길수 있고 몸에 좋지도 않다는데 미리 먹을 필요는 없을것 같았다.

" 일단 감기치료를 해볼께요."

" 그래도 열이 많이 나거나 하면 얼른 병원으로 오셔야합니다."

" 네,얼른 뛰어올게요."

 " 수고하셨습니다."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출내역을 보니 병원비로 대략 3만원과 약값 8000원(4일분)을 소비했다.
집에 오니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혹시 신종플루가 아닐까 많이 아프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이 되고 긴장도 하고 병원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게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아들은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은지 평소보다 조금 얌전했다.
저녁을 먹고 치우려는데 아들이 슬슬 열이 나기 시작했다. 디지털 체온계의 온도가 37.5를 가리켰다.

 왠지 이제 시작인가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밤에 고열이 나면 병원에 가야된다는 생각을 하며 디지털온도계가
못 미더워 근처 약국에 가서 귀체온계를 샀다. 6만원이라는 거금을 썼다. 집에와서 약을 먹이고 물을 많이 먹이고 체온을 
재보았다. 37.8 디지털보다는 조금 높은수치를 나타냈다. 계속 체온을 재봤지만 더이상 오르지는 않았다.
그렇게 밤에 몇번 일어나 체온을 재고 물을 먹이고 하기를 반복했다. 아들은 계속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 다음날 학교에 열이 있어서 가지 못한다는 전화를 하고 아들에게 아침을 주었다. tv를 보는게 어제보다는 나아보였다.
약을 먹이고 다시 온도를 재보았다. 37.5 아직 이마가 따끈한 상태였다. 열이 있어도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보리차를 또 주고 빵과 음료수가 먹고 싶다고 해서 먹였다. 그리고 한 12시쯤 감기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열이 슬슬 내려
37.2 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오후 2시쯤 점심을 먹고 다시 체온을 재보니 36.9 로 내렸다. 오후 4시가 지나자 아이가 까불기
시작했다. 이제 완전히 나았나보니까 36.6 ~ 36.7 정도로 정상체온으로 내려갔다. 속으로 휴우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열이 안내리면 확진검사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으려고 했는데, 다행이다. 감기였나보다.

저녁쯤 되자 아들이 완전한 컨디션을 되찾았는지 팽이놀이를 하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누나랑 재밌게 논다.
밤에 잘 때도 땀을 흘리며 잘 잔다. 열은 완전히 떨어졌다.

그 다음날 학교에 보냈다. 그런데 학교에서 담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 @@어머니, 학교입니다 "

" 네, 안녕하세요. @@가 열이 안나서 보냈습니다. "

" @@가 타미플루 처방 안 받았나요?"

" 네,감기약 처방 받고 간이검사에는 음성이 나왔어요."

" 네... @@는 주사맞고 힘들었나 보네요."

 담임선생님께서는 왠지 불안한 뉘앙스를 풍겼다.
워낙 신종플루가 전염이 강하니 그 마음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고열이 아니고 결과가 음성이고 감기약으로 하루만에 열이 내렸으니 감기라고 생각됐다.
담임선생님도 조금 불안해했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봤을때 감기로 결론 내린듯 했다.

  아들이 열이 나기 시작했을때 그것을 못 피하고 겪는구나하며 거점병원으로 뛰어갔다. 검사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도
또 얼마나 마음속으로 아니기를 빌었는지. 또 아이가 타미플루를 안 먹기를 얼마나 바랬는지. 또 혼자 방에 격리될 아이를
생각하니 불쌍하고 가족의 활동이 얼마나 갑갑할건지. 여러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아팠던 2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