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태어나 처음 맛본 양곱창, 국물만 먹었어요

커피믹스 2010. 4. 2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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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 우리 동네 양곱창집에 갔습니다. 동네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난 집이라고 했습니다.
양곱창이 참 맛있는 음식이란 이야기를 들어서 약간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양곱창을 한번도 먹어보지 못해서 언젠가는 양곱창을
 먹어보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나이 되도록 양곱창도 한번 못먹어본 게 좀 쑥스럽기도 했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양곱창구이가 1인분에 18,000원 이었습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근처 테이블들을 둘러보니 전골이 가격이 저렴해 많이들 시켜드시고 있었습니다. 우리일행도 양곱창전골을 시켜먹기로 했습니다.
밑반찬이 셋팅되고 두꺼운 돌판으로 만들어진 냄비에 푸짐한  양곱창전골이 빨갛게 담겨져 나왔습니다.

오! 저 붉은 국물. 국물의 색깔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어 보였습니다. 양곱창과 버섯 야채 김치 당면등등이 섞여져 있었습니다.
부대찌개하고 비슷한데 햄대신 양곱창이 들어있는 게 부대찌개와의 차이였습니다. 양곱창전골이 보글보글 맛있게 끓었습니다. 

그릇에 양곱창과 당면과 야채와 버섯과 국물을 적당히 섞어서 담았습니다.
우선 이 요리의 주인공인 양곱창을 관찰해 보았습니다. 창자인데 자그마한게 속에 뭔가가 꽉 차 있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거라 기대를 품고서 양곱창 하나를 입에 넣었습니다. 오물오물 양곱창을 씹어 보았습니다.
껍질이 질겨 제대로 씹히지도 않고 그 속의 기름덩어리가 또 씹혀 기름맛이 확 났습니다. 몇 번 씹다보니 곱창 특유의 누린내가 훅 하고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비위가 상했습니다. 그치만 비싼 양곱창 뱉을 수 있나요. 비위를 참고 꾹 삼켰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질긴 양곱창이 뭐가 맛있다고 먹는거지?
거기다 기름덩어리인데 뭐가 맛있다는 건지... 

전골속의 양곱창만 보았을때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양곱창을 포기하고 국물과 야채와 당면 
위주로 식사를 했습니다. 국물은 맛이 있었습니다. 부대찌개와 비교될수 없는 깊은 맛이었지요.
적당히 양념밴 당면도 맛 좋았습니다.

같이 온 남편을 쳐다보았습니다. 남편도 기름진거 싫어하는데 나와 같이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 양곱창 왜 이리 질기고 기름덩어리야. 맛을 모르겠네. "

남편은 의외의 대답을 합니다. 

" 질겨도 씹으니까 맛있는데. 소주 먹기엔 딱이네. "

남편은 거의 대다수의 양곱창을 다 먹어치웠습니다. 국물에 밥을 말아 2그릇까지 먹어치우는 겁니다.
평소 남편의 식습관과는 약간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양곱창은 술을 먹기에 어울리고 남자들이 배까지 채우니 맛있다고 하는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여자끼리 양곱창 먹으러 잘 가지 않거든요. 가격도 비싸기도 하고요. 양곱창이라는게 푸짐하고 끊임없이 먹기를
좋아하는 여자들에겐 그리 반가운 음식이 아니죠. 여자들은 차라리 푸짐한 족발이나 삼겹살 닭찜을 선택할겁니다.

홀안을 둘러봐도 주로 남자손님들이었습니다. 남자손님과 같이 온 일행중에  여자가 한 두명 끼어 있었습니다.
여자끼리 온 손님은 없었습니다.

옆에 있던 언니도 나와 같이 느끼는지 기름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 양곱창 은근히 중독성이 있대."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은 국물을 먹으면서 답을 찾았습니다.
남은 밥을 약간 졸은 국물에 말아먹었습니다. 입에 착착 감기는 게 맛 좋았습니다.
구수하면서 달콤하면서 적당히 짭조름한 진한 맛이라고나 할까요.
아마 이런 국물맛에 중독되는 건지도요.

옆 테이블에서는 양곱창을 지글지글 구워먹고 있었습니다.

양곱창 구이가 가격이 더 비쌌는데 참 맛있게 보였습니다.
구우면 아무래도 기름이 더 빠져서 맛있을거 같았습니다.

양곱창구이를 먹어 보지 않고서 양곱창이 맛 좋다라는 것에 답을 내리긴 어렵지만 반은 맛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혹시 저처럼 태어나서 양곱창 처음 드셔본 여자분 손한번 들어보세요. 
꽤 많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