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남편에게 반말하세요 존댓말하세요?

커피믹스 2009. 11. 27. 09:53
300x250

 어두웠던 1999년을 보내고 21세기를 맞이하는 2000년 새해가 밝을 때  나는 친구들과 광안리 해수욕장에 있었다.
왜냐고? 해돋이도 보고 소원도 빌려고. 어떤 소원을 빌었냐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결혼을 꼭 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1999년 노처녀였고 선도 여러 번 봤지만 이상과 맞지 않아 많은 아픔을 겪었다. 아픔을 달래는 방책으로
2000년 새해에는 꼭 결혼하게 해달라고 해에게 간절히 간절히 빌었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희망적인
일들이 2000년 2월에 일어나버렸다. 2000년 2월에 인생동반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2000년 2월 어느날, 그때 난 노처녀고 6개월 정도 쉬고 있는 백조였다.
집에서 점심 후 커피 한잔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 @@야. 너 소개팅할래?"

" 으응... 뭐 하는 사람이지 ? "

" $$$에 다닌데, 같은 학교 &&과고 3년선배야 "

" 그래 그럼 한번 볼까?"

" 그럼 , 이번주 토요일로 약속 잡는다. "

"그래,친구야"

이렇게 해서 토요일 2시쯤 %% 커피숖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소개팅 하기로 한 날 나는 조금 신경을 쓰고
아주 편안한 마음, 그러니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시간때우러 간다는 마음으로 소개팅에 임했다.

커피숖에서 그의 이름을 호출했다. 멘트를 통해 그의 이름이 흘러나갔다. 그가 저만치서 일어서서 나오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가 있는 테이블을 향해 다가갔다.
서로 목례로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때 내 마음은 빠르게 이야기했다.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리고 그 순간 왠지 나는 마음속으로 ' 이사람이야' 라고 외치고 있었다. 배필은 느낌이 온다던데...그 느낌같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도 내가 호감이 갔다고 했다.

그렇게 만남이 시작됐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노처녀 노총각이 불붙었는지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다.
그리고 딱 99일째 되는 날 결혼식을 올렸다.





행복한 신혼의 단꿈을 꾸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 언제 부턴가 나는 그에게 반말을 쓰고 있었다. " $$ 선배 이거 했나" 
이런식으로 반말을 썼다. 짧은 데이트 시절에 만난지 한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그가 이렇게 얘기했다.

 " 내가 세살 오빠니까  말 놓아도 되지?"

 " 네, 그럼 세살차이 밖에 안되니까 같이 말 놓아요."

그는 약간 황당해 하며 머뭇거리더니  마지못해 그렇게 하자고 했다. 나는 반말하면 더 친해질것 같고 남편과 나는 평등하니까
말 놓자고 했는데 그는 보통여자들과 틀린 반응에 조금 놀랐다고 했다.  

한번은 그가 " 선배말고 오빠라고 불러봐라" 고 한적이 있다.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아 그냥 선배란 말이 좋다고 했다. 그는 조금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편한대로 하라고 했다. 우리 집안은
언니만 둘 있는 집이라 오빠라는 말은 아주 생소해서 도저히 오빠라는 말이 안나왔다. 또 오빠라는 말이 친근한 반면 나와
그의 관계가 종속적으로 되는 느낌도 들어서 그 말이 싫기도 했다. 어쨋든 그때부터 반말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반말을 하니 우리끼리는 좀 편했다. 그게 습관이 되어서 시댁어른 앞에서 남편에게 반말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것이다.
시부모님은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셨고 남편도 조용히 지적해주었다.
한번 습관된 말은 고치기가 좀 힘들었다. 친정에서도 아버지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특히 경상도 말이라 억양이 세니까 반말이 더욱더 거칠게 들렸다.
" ~~ 했나 "   " ~~해라 " " 알았다 "   등등 남편에게 하는 말이 아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고 했다.

결혼은 우리둘만의 일이 아니었고 집안과 집안의 관계인데 내가 마냥 반말을 쓸순없었다.
그래서 생각한게 둘이 있을때나 편한자리에서는 반말, 어른들 계실때는 "~~~했어요 "   " ~~~해주세요 "    " 알겠어요"
이렇게 말을 했다.

결혼한지 10년이 다되어 가는데  여전히 남편에게 반말을 한다. 단 억양을 약간 부드럽게. 존중하는 어조로.
남편도 나에게 반말을 한다, 부드럽게,존중하는 어조로.

같이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인데 스스럼없는 친구같은 존재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린 서로 반말을 한다. 부드럽게,존중하는 어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