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딸보다 며느리가 먼저이신 친정아버지

커피믹스 2009. 12. 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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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형제가 많은 편이다. 위로 언니 두명 밑으로 남동생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1남 3녀중의 셋째딸이다.
셋째딸은 얼굴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옛말이 있었다. 특별히 내가 애교덩어리도 아니고 그리 특출난 아이는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을 제일 잘듣는 온순한 아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또 연년생 남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어린 나는 기댈언덕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을거다.
어릴적에 아버지 퇴근하면 '아빠~~'하고 안아달라고 뛰어가는 아이였다는 엄마의 증언을 보면 말이다.

 언니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고 나도 조금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자매들은 결혼해서 애도 낳고 잘살았지만
남동생은 여자친구 있다는 얘기도 없었다. 내가 결혼후 한번씩 친정에 가서 여자친구 물어봐도 동생은 없다라고만
했다. 부모님도 내심 걱정이 많으셨지만 내색은 하지 않으셨다. 아마 막내라서 아들마저 결혼하면 적적하기도
할것 같아 별로 서두르지 않으신것 같았다. 

 짚신도 짝이 있다더니 남동생이 드디어 결혼하겠다며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며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결혼까지 결심한 모양이었다. 엄마,아버지, 형부, 언니,조카 등
온 가족이 모여 첫 며느리를 맞이하게 되었다. 올케 될 사람은 첫인상이 참 푸근하고 싹싹한 여성이었다.
남동생의 여린 마음을 잘 토닥여줄 누나같은 사람이었다. 가족들 모두 반가이 그녀를 맞아 주었다.
아버지도 며느리가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올케가 결혼준비 하면서 한번 들른적이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아버지의 이야기를 참 잘 들어주는 것이었다. 아버지도 참 흡족해하며 올케를 이쁘게 보는듯했다.

 남동생이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후 시댁에 오는 첫날이었다. 모두들 신랑,신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맛있는 요리를 해놓고 분주히 상을 차리고 있을때였다.
아버지가 선전포고 하듯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 너희들 잘 들어라"

" 너희들 시누이 노릇할 생각말아라."

일방적인 한마디 말씀이 우리딸들 가슴에 확 꽂혔다.

' 아니 누가 뭐라했나' 

' 미리 조심해라니 '

'어련히 알아서할까'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더니.참'

'우리 친정아버지는 더하시네.'

우리 자매들 성격상 시누이 노릇하고 사람괴롭힐 까칠녀도 아니고 알아서 잘 지내려고 노력할텐데 친정아버지가
그런 얘기를 한다는게 딸의 입장에서 참 섭섭했다. 아무리 며느리가 이뻐도 내색안하셨으면 안됐을까.
물론 친정아버지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시끄러운일이 생길까봐 그런 말씀하셨을지 몰라도 우리자매들은 아들이
최고라는 아버지의 생각이 참 섭섭했다. 아버지가 2대독자라서 3대 독자인 남동생을 끔찍히 생각했다. 내아들
내대를 이어줄 아들. 그것도 기다리고 기다린 아들이 아닌가? 그런 아들이 결혼을 하니 아버지가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을거다. 그렇다고 올케가 이제 시집와서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벌써 며느리 편이
되어 30여년의 딸과의 세월을 버리려 하는걸까? 황당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아무튼 아버지가 참 이상해진것
같았다. 가끔씩 아버지는 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신다. 그러면 딸들은 할수있는한 아버지에게 잘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니 참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딸들은 출가하여 며느리가 아버지를 보살필것이고
더 가깝다는건 사실이다. 그래서 며느리에게 잘해주어야 하지만 딸들에게 하신 아버지의 말씀은 우리딸들에겐
너무 가혹한 이야기다.

친정아버지 ! 며느리 이쁘시더라도 우리 딸들 앞에선 안이쁜척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