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람,공연

알몸에 하는 낙서는 어떤 기분일까?

커피믹스 2011. 5. 11. 13:01
300x250

며칠 전 문자가 왔다. 경남블로그 공동체와 100인닷컴에서 5월5일 바디페인팅 공연이 벌어진다고 했다.
갈까 말까 망설였다. 어른들끼리 갈것이냐 아이들과 함께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최적의 결론을 내렸다.
어린이날이라 아이들과 함께 해야하고 행사는 참여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바디페인팅을 보여주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무리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바디페인팅의 이미지는 조금 정적이고 예쁜 모습이었다.
몸에 알록달록 이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관람전에 지인과 바디페인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델은 여자가 아니고 남자다. 알몸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린다.

나는 여자모델이든 남자 모델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오히려 여자모델이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의 아름다운 선과 컬러풀한 물감의색이 어우러진다면 더욱 예쁠것 같아서였다.

장소는 창원 마산합포구의 가배소극장에서 한다고 했다.

몇년전 언뜻 바디페인팅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데 실외에서 였다.
좁은 소극장보다 넓은 실외에서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의 의도한 바가 있으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에 조금 늦게 도착햇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객석을 메우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몇자리 남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검은색 배경의벽 사이에 흰 도화지가 벽과 바닥에 'ㄴ'자로 붙여져 잇었다.
작가의 작품공간인 듯햇다.

한 켠에는 물감과 붓이 죽 놓여져 있었다.
작가가 간단하게 인사를 끝내고 바디페인팅 퍼포먼스가 시작되엇다.


작가는 음악과 함께 춤을 추듯이 붓으로 그림을 그렷다.
그림이라고 하기 보다는 음악에 맞춰 붓춤을 추었다.

붓춤의 결과물이 흰도화지에 드문드문 남겨졌다.
핑크색, 연두색, 검정색, 파란색 , 음악따라 붓 가는 대로 남겨지는 낙서....


낙서는 이리저리 뒤죽박죽 되더니 어느정도 도화지를 채웠다.



낙서가 끝나는 듯 하더니 새로운 음악에 맞춰 알몸의 사내가 등장했다.
근육이 잘 발달한 흰 피부를 가진 긴 파마머리의 사나이였다.

그의 몸짓과 표정은 사뭇 진지하고 눈은 빛났다.
그도 오늘 이 무대를 제대로 즐길 준비를 하고 나온 느낌이었다.



음악에 맞춰 그는 그의 스타일대로 몸을 움직였다.
무술하듯이 움직이는 그의 몸. 그도 몸을 음악에 맞춰 움직였다.

작가는 낙서를 그의 몸으로 옮겨왔다.
때론 강렬한 붓터치를 때론 부드러운 붓터치를 반복하였다.
어떤 붓터치가 나올지는 예상 못할 움직임이었다.


둘은 그렇게 몇십분을 음악에 붓에 맡기며 페인팅을 즐겼다.

낙서? 혹은 황칠 같은 페인팅으로 그의 몸과 도화지는 꽉 찼다.

바디페인팅이 끝났다.

작가는 숨이 차서 헉헉거렸다. 100 미터 달리기를 금방 끝낸 사람처럼.

온 몸을 다하여 음악에 쉼취해 낙서를 하는 퍼포먼스였다.


나는 낙서를 좋아하고 즐기던 사람이다.
공책에 낙서를 하고 예술적이라고 생각했다.
낙서전시회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이제는 나이가 들고 철이 들어서인지 낙서를 잘 하지 않는다.


낙서를 한다는 건 뭔가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낙서는 감정의 찌꺼기들이 해소되는 행위였다.


작가 배달래는 서양화를 전공하던 중 어느 날 베르슈카의 작품집을 보고 진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런 그림을 그리리라 생각하던 중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일상의 세월들을 어느정도 보낸 후
본격적으로 바디페인팅의 세계로 들어갔다고 한다.

작가 배달래는 바디페인팅으로 자기자신의 일상에 억눌린 그녀의 욕구를 치유하고
바디페인팅을 보러 온 관객을 치유한다고 했다.



바디페인팅을 보러 온 관객들은 후련함을 느낀다고 했다.

나 역시 처음엔 충격적인 모습들이었지만 끝무렵엔 후련함을 느낄수 있었다.

바디페인팅의 모델이 된 무예총 대표(대한민족무예예술인총연합회 ) 노정인 씨


    
우리 현대인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다.
중요한건 어떻게 스트레스를 잘 치유하느냐? 이다.

나는 작가의 주부로서의 15여년의 생활에 극히 공감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많은 희생이 따라야 하는 시간들이고 내가 없어지는 시간들이고
순간순간  마음속이 공허해지는 시간들이다. 



배달래 작가는 바디페인팅으로 자기자신을 치유하지만

나는 블로그로 치유한다.

알몸에 하는 낙서는 후련함, 그리고 소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