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아이들 이야기

영희남편,철수아내 아들이 전화기에 입력한 엄마, 아빠 호칭

커피믹스 2009. 11. 2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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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전화를 하려고 전화기를 들어 숫자를 3-4개 정도 누르는데 전화번호가 자동 검색되었습니다.
자동 검색된 번호를 누르니
제 이름이 뜹니다.  '영희(가명)남 편' . 누가 그랬지 ? 아! 아들이 그랬구나.
제 머릿속에 며칠전 아들이 전화기로 뭔가를 저장하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1학년인
아들의 입장에서 아빠는 아빠가 되어야 하는데 저를 아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영희남편이 되는거죠.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영희남편, 생각만 해도 기발했습니다. 저놈이 머리를 쓰긴 쓰는구나. 짜식 귀여운 것...

뭔가 더 있지 않을까 전화번호 검색을 눌러봤습니다. 이번엔 엄마를 호칭하는 글이 있더군요.
철수(가명)아내 , 이것도 제3자의 입장으로 바라본거지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초등 1학년의 기발함이
참 신기하더군요.





생각해보면 아들은 기발한 점이 많았습니다.
두돌쯤 되었을때 제가 아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슈퍼를 갔다 온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있었고요. 
아빠가 있으니 당연히 말 않고 가도 되겠지 싶어서 한 30분만에
돌아왔습니다. 대문을 여는데 아들이 울면서


" 엄마, 가 "   "들어오지마"   "가 ~~~"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5분정도 아들과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들어가려면 밀어내고 다시 밀어내고 . 그러다가 제가
안아주면서 달래자 울음을
그치고  밀어내던 팔을 거두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참 황당했습니다.
잠시 자리 비웠고 아빠도 있었는데,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아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엄마가 없는 30분동안 엄마를 찾았는데 말도없이 나간 엄마에게 화가 났겠지요.

그때 그 이야기를 할머니한테 했더니 할머니도  "고놈 ,참 " 웃긴다면서 한참 웃으셧습니다.
아이는 자존감이 강하고 아이치곤 표현이 고차원적이었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말없이 나간 엄마에게 화가 났던 거겠죠.


아들얘기 하나 더하자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부터 엄마,아빠에게 높임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시킨건 아니고요. 아들의 자발적인 생각이었습니다.
" 어머님,학교 다녀왔습니다."
아들에게 왜 높임말을 쓰는지 물어봤습니다. 아들은 그냥 "높임말 써야 되요"만 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하질 않습니다.
저도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 내린 결론이라 간섭하기 싫었지요. 아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기로 했습니다.
사실 조금 하다가 말겠지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높임말이 이젠 아주 익숙해졌습니다.
저럴땐 애어른 같기도 했습니다. 반말이 더 이상할정도지요. 그래도 아이는 아이인지 높임말 하면서 짜증은
아주 지대로 냅니다.
약간 화내는 듯이

"어머님 , 배고파요 왜 밥안줘요 "

" 어머님, 빨리 가요~~~~오~~ , 왜 안가욧 "

애어른같고 개그기질의 우리아이 개그맨 시켜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