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랑니 만만하게 보다가 쓰러질뻔했어요

커피믹스 2010. 2. 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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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설날 큰집에 모여서 며느리들은 열심히 음식을 만들었다. 우리시댁이 작은집인데 아들형제가 둘뿐이라 그런지 큰집에서 며느리들이 모여 설음식을 한다. 설음식을 다 만들고 나서 밤이 다 되어서야 시댁으로 향하였다. 시댁과 우리집과는 같은부산이지만 1시간정도 거리에 있다.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다. 그래서 애들 어릴때는 작은 설날에 자고가곤 했었다. 시부모님들도 손주들 재롱보시는 재미도 있으시라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것이 불편해진 우리들은 왠만하면 우리집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올해는 시댁에서 작은설날에 잠을 자고 가기로 하였다. 남편이 작은설날에 야간근무가 끼어서 혼자 설날에 왔다갔다 하기 뭐해서였다.

결혼초기에는 시댁에서 곧잘 자곤 하였는데 오랜만에 시댁에서 잠을 자니까 잠이 잘 오질 않았다. 뭔가 불편한 느낌, 자도 잠이 푹 들지않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나이가 드는 건가?  20대때는 아무곳에서나 잘 잤는데. 나이가 들수록 바깥에서 자는 잠은 그 다음날까지 피로가 이어진다.
그래서 어른들은 ' 내집에서 잠을 자야한다 ' 라고 말씀하시는구나. 

 설날아침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채 큰집으로 갔다. 제사를 지내고 산소로 갔다가 다시 제실로 향하였다. 제실에 다른 집안어른들과 친척들이 모여 계셨다. 거기서 음식을 나눠먹고 시댁으로 돌아왔다. 시댁으로 돌아와서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30분경이었다.

 시댁에서 늦은 점심을 차렸다. 남편과 도련님과 아이들은 늦은 점심을 먹고 피로했는지 방안에서 잠이 들었다. 

 나도 스르르 피로가 몰려와 잠이 올것 같았다. 오른쪽 턱 쪽에 약간의 붓기가 느껴졌다. 거울을 보니 턱이 약간 부어있었다.
피곤해서 그러려니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시어머님과 동서가 식탁에서 이야기를 하는걸 보니 친정갈꺼니까 잠은 집에가서 자고 같이 이야기를 동참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7시쯤 친정으로 가려고 차에 탔다. 잠이 쏟아졌다. 운전을 배우고부터는 조수석에서 편하게 잠들수가 없었다. 아는게 병이라고 피곤한데 눈은
저절로 떠졌다. 8시쯤 친정에 도착했다. 언니네 식구들과 올케네, 조카들이 와글와글 집안에 넘쳐있었다. 

친정에 도착했을때 저녁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저녁준비를 같이 돕고 아이 밥을 좀 먹이고 곧장 방 침대에 누워버렸다.
온몸이 으슬으슬 추우면서 몸살 증세가 왔다. 오른쪽 턱이 부을대로 부어서 불룩 튀어나왔다. 오른쪽 턱도 욱신거리면서 아파왔다.

설겆이를 같이 해주려다가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누워있었다. 30분쯤 누워있다가 커피타임을 가지는 형제자매들에게 다가갔다.

남동생이 한마디 한다. 

" 누나 , 턱이 왜그래 ? 어디 아파?"

" 응 , 사랑니가 났는데 그게 조금 잘 못되었나봐."

언니왈 

" 아이고, 턱이 많이 부었네. "

" 내 친구중에 사랑니 잘 못 나와서 대학병원에서 수술했다더라. "

내가 " 맞아? 어쩌지 ? " 하며 겁먹고 있는데 언니가 내일 빨리 치과 가보라고 한다.

남편도 조금 걱정되는 얼굴로 어서 치과가보라고 한다. 오른쪽 턱이 부은 기형적인 얼굴을 야룻하게 쳐다보면서 말이다.

나는 " 그래 그래야지 "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밤부터 그 놈의 사랑니는 애를 먹이기 시작했다. 욱신욱신거리며 잠을 방해했다.
몇시간 참아보다가 진통제를 먹고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다. 이 놈의 사랑니를 빼야 끝이 날 모양이었다.
병원을 가려고 보니 오늘도 휴일이었다. 턱은 여전히 부어있고 욱신거림은 계속 있었다. 진통제로 하루를 버텼다. 
그래도 그런대로 버틸만해서 중간중간 블로깅을 좀 했다.

그 다음날 치과문이 열리기 무섭게 치과로 달려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사랑니가 약간 삐뚤어지게 났다. 치과의사 선생님이 사랑니가 약간 삐뚤어져서 더이상 올라오지 않을거라고 한다.
그것이 주위의 신경을 건드리는지 잇몸이 붓고 아프다고 했다. 사랑니가 잇몸위로 약간 올라와서 수술해서 잇몸을 약간 찢어서 사랑니를 '
빼야 한단다. 만약 뿌리가 옆으로 누웠다면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을 해야한단다. 참 다행이다. 붓기가 빠지면 오라고 이틀치 약을 지어주셨다. 

약을 먹고 나니 한결 살것 같았다. 모레는 사랑니를 빼겠구나. 근데 왜이리 마음이 불안한지.
연휴에 블로그를 못해서 글은 발행 못해도 일부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고 내 블로그에 댓글정도까지 체크했다.
내일 쯤에나 발행할 글과 사진도 하나 정리를 좀 해 놓았다.
남아있는 왼쪽 이로만 밥을 먹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꼭꼭 안 씹었는데 그날따라  밥이 돌덩이 같아서 더 꼭꼭 씹었다.
바보같이 죽을 먹었어야 했는데. ㅠㅠ. 그게 붓기를 더 악화시킬줄이야 .

저녁을 먹고 진통제를 챙겨먹고 정리가 끝난대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 못 잔거 같은데 잠을 방해하는 통증. 
욱신거림에다가 그 부근의 이까지 아파오는 것 같았다. 아 뭐라 표현 못할정도로 아팠다. 낮에는 좀 버틸만 했는데 밤이되니 통증은 더욱더
심해졌다. 통증은 나에게 쉴틈을 주지도 않고 나를 괴롭혔다. 으으으윽.... 아야아아아..... 쓰으으으읔.......으으으으읍.............
몇 시간째 통증이 나를 괴롭혔다. 진통제를 하나 더 먹고서 겨우겨우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  아침을 먹으려고 입을 벌리는데 입이 잘 벌어지지 않았다. 거기다가 바깥쪽은 붓기가 가라앉은 듯한데 볼 안쪽으로 살이 차 올라
씹는게 되질 않았다. 발음도 제대로 되질 않았다. 통증은 어제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남편이 전화를 했다. 상태가 어떤지 물어왔다. 나는 치과를 한번더 가보겠다고 했다.

돌같은 밥알을 겨우 씹어 넘기고 다시 치과로 갔다. 볼이 더 부었다는것과 더 아파서 주사나 한대 맞을 생각이었다.
의사선생님 어서 사랑니를 빼자고 하신다. 붓기 빼고 오라는건 마취가 잘 안될수 있으니 그런거라면서.
좀 무서웠지만 잘 되리라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마취주사를 맞았다. 아아아 아파. 마취주사 바늘이 부은 살을 관통하는데 왜 그리 아픈지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마취주사를 맞고 약간 핑도는 느낌이 들었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구나. 이 고통을 잘 버텨야 하는데.

드디어 마취가 되고 사랑니를 뽑기 시작했다. 먼저 잇몸을 찢는 느낌이 난다. 마취해서 아프지는 않지만 슬쩍 잇몸을 지나가는 느낌.
뭔가 이 전체를 꾹꾹 누르는 느낌. 몇번을 이 전체가 꾹꾹 눌리다가 다시 옆 어디에 지렛대처럼 뭔가가 눌려지는 느낌,
둔탁한 것이 이를 잡고 위로 올려지는 느낌.
 이런느낌이 있은 후에  의사선생님이 "이를 뺐습니다." 하였다. 그리고 찢어져 너덜너덜해진 잇몸을 실이 왔다갔다하며 깁는 느낌이 났다.
마무리를 하는지 가위로 실밥을 자르는 느낌까지 났다.

" 간호사가 다 됐습니다" 하며 입을 헹구라고 한다. 마취해서 입이 얼얼하다. 입에서 핏물이 나온다. 몇번을 헹구었다. 
간호사가 잇몸위에 솜을 끼워주며 2시간 정도 물고 있으라고 한다.

치과에서 나와 죽을 사서 집에 왔다. 앓던이가 빠져서 그런지 아까보다 잇몸 통증은 덜해졌다.
이제 다 나았겠지 하는 착각에 사로잡혔다. 낮에 가만히 집에 앉아있으려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컴퓨터를 켜서 쓰던글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시간은 오후  2시30분 정도  되었다. 

 한시간 정도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온몸으로 이상한기운이 쫘악 퍼졌다.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는지 잇몸 통증과 함께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태어나서 그렇게 심한 오한을 느낀적이 없었다. 이 오한은 감기와는 비교가 안되는 것이었다. 사시나무 떨린다는 말이
바로 이거구나 하고 느낄정도였으니까. 본능적으로 이 위기를 제대로 못 넘기면 큰일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

떨리는 손으로 가방속의 약을 꺼내 물을 겨우 받아 입안에 약을 털어넣었다. 입에서는 이상한 신음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어서 전기장판에 온도를 최고로 올리고 보일러를 연속으로 틀어놓았다. 이불을 꺼내 최대한 몸을 따뜻하게 하려했다.
따뜻한 이불속에서도 온몸이 오돌오돌 떨렸다. 몸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렇게 몇십여분이 지났을까 떨리는 몸은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다. 잇몸의 통증은 갈수록 더해졌다. 지혈을 하려고 솜을 물고 있으니
더 아픈것 같았다. 억지로 잠을 청해서 몸을 누인지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 . 통증때문에 잠도 제대로 오지 않고 기운도 없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그냥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마침 아이들이 와서 이불하나를 더 덮어달라고 하고 물과 얼음을 부탁했다. 유의사항에 보니까 얼음찜질을 하면좋다고 해서였다.솜도 갈아 주었다.
피가 아직도 나와서 이를 악물고 솜을꽉 물었다. 옆으로 누운채 얼음찜질을 시도했다. 통증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30분정도 더 누워 있어도 통증은 별 차도가 없고 기운도 없고 해서 아이들에게 죽을 갖다 달라고 해서 죽 몇숟갈을 먹었다.
다시 따뜻한 이불속으로 몸을 뉘었다. 이제야 몸에 에너지가 퍼지는지 30분간은 땀을 흘리고 푹 잠이 들수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잠에 깨어보니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고 온 몸의 기운이 살아나려했다. 죽을 반그릇 정도 더먹고 아이들의 밥을 차려주고
또 다시 잠을 청했다. 1시간 30분 쯤 자고 일어나니 조금 움직일 기운이 생겼다.

퇴근한 남편에게 오늘의 이야기를 하니 남편은 이를 뽑는건 수술이랑 마찬가지라며 본인도 작게 생각하고 술마셨다가 큰일날뻔했다고 한다.
살아있는 몸의 한부분을 도려내는데 몸이 반응 하는건 당연한것 같다. 단지 마취라는 약물때문에 몸이 아프지 않은줄 착각하고 있는거일게다.
물론 나의경우는 조금더 심한경우이겠지만 말이다.

 여러분들 , 혹시 발치를 계획한다면 몸을 피로하지 않게 하고 컴퓨터 앞에서 있는일 좀 줄이시고 발치한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물론 7일간 음주는 절대 금물입니다.